올해 들어 결핵을 앓으시던 큰고모부는
오늘아침에,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셨다.
큰고모의 꿈에,
다른집으로 이사를 가야겠다고.
여관방을 옮겨야겠다고 하더란다.
식구들에게 계속 요구되는 병원비 부담에
계속 여기저기 호스피스 병동을 옮겨다녔던것이
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고모부에게는
마치 집이 아니라 여관방을 전전하는 느낌이었을까.
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.
고모가 그 꿈 속에서 자꾸만 도망다녔다고 한다.
마주치지 않으려고 도망을 다녔단다.
그랬는데 결국은 어딘가에 숨어있는걸 들켜서
마지막 인사를 하고. 이제 이사를 가야된다고 했단다.
그 꿈을 꾼 뒤에
지난주 금요일에 호스피스 병원 면회를 다녀왔다 했다.
고모가 일요일에 다시 오겠다는 그 말을 하는데
잡은 손을 뿌리쳤다 하시더라.
마치 흐느끼는듯.. 울고 있는것같은 뒷모습이었다고...
미안하다고. 다시오겠으니 기다려달라고.
그리고 떠나왔는데, 그게 마지막이었다 한다.
.
고모네 가족들은 울지 않았다.
아니. 잠깐 울다 멈추었다.
대신 그 눈물을 하늘이 대신 내리고 있더라.
오늘은 최근들어 드물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다.
이런곳에 잘 따라오지 않아 예절을 모르는 나는
아빠를 따라 국화를 얹고 기도를 한뒤
사촌언니들과 형부들에게 목례를 하고 앉았다.
.
난 그저 말없이 앉아만 있었다.
비가 토닥토닥 내리는 소리가 멀찌감치서 들려왔다.
국화... 백합냄새... 낮게 연주되고있는 성당 노래...
내가 제일 좋아하는 슬픈곡..
[야훼... 나의 목자... 아쉬울 것 없노라
파아란 풀밭에 이 몸 누여 주시고
고이 쉬라 물터로 주 나를 이끌어 주네....]
.
고모부가 햇빛 좋은날 파란 풀밭아래 그늘에 누워
몸을 기대어 바람을 느끼며 콧노래를 부르는 상상을 했다.
고모. 고모부는 혼자 여행을 가신것 같아요.
좋은 곳 가신것 같아요. 라고 말을 건네었다.
큰고모는 눈시울이 붉어졌다.
하지만 이제는 진짜 볼수 없으니까.
그저 실감이 나지 않아서 울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.
밤새 비가 내리고 내일 이 비가 그치면
다시 사람들이 울기 시작할테다. 그땐 실감이 나려나.
.
사촌언니들이 작은고모에게
"이모...
아빠가 자꾸만 문 열어달라고 뒤에서 문을 두드려요"
-하고 언니들은 엷게 웃으며 말했다.
빗소리가 자꾸만 그렇게 들린다고.
작은 고모는 그런 말 조차도 너무 맘이 아프다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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죽고 사는것은 정말로 이다지도 한순간인데
코 끝이 찡해지도록 고모부가 보고싶어지는 날이 있을까
내가 죽어도 나를 그리워해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.
에이... 왜 또 눈물이 나니...
오늘은 그냥 밤새 좀 울고 싶다. 마음이 아프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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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1.11.18
yz